#팜투어 #몰디브신혼여행 #쿠다빌링길리

2월, 한파가 남아 있던 서울을 떠나 두바이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15 분 거리 하얏트 호텔에 체크-인하고 바로 사막투어를 나갔어요. 붉은 모래 언덕이 해 질 녘 햇빛을 머금는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지만, 듄베이싱을 맨 뒤 좌석에서 탔던 건 살짝 실수였습니다. 회전할 때 충격이 꽤 커서 머리를 퍽 하고 부딪쳤거든요. 그래도 “사막부터 찍고 간다”는 기분 좋은 성취감을 안고 다음 날 몰디브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1. 두바이

몰디브 일정 전날, 두바이 사막에서 본 붉은 노을과 쿠다빌링길리에서 본 분홍빛 석양이 한 여행 안에 담긴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듄베이싱만큼은 “맨 뒤 좌석 비추”라는 교훈을 얻었지만, 사막과 바다를 여행 루트에 포함했다는것에 만족했습니다.

2. 쿠다빌링길리 첫인상

말레 공항 라운지에서 잠깐 쉬고 전용 스피드보트로 갈아탔습니다. 와이파이가 잡히고, 미리 준비된 음료를 건네받으니 20 분쯤 되는 항해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섬에 발을 내딛자마자 짙은 초록으로 둘러싸인 빌라 지붕과 에메랄드빛 수면이 한 번에 시야를 채웠습니다. “이게 진짜 휴양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3. 숙소 — 비치빌라 2박, 워터빌라 2박

먼저 비치빌라에서 이틀. 현관을 열면 고운 모래가 자연스레 거실로 스며들고, 파도 소리가 벽 대신 공기를 채우는 느낌이라 한결 편안했습니다. 바다와 하늘이 서서히 바뀌는 색을 커다란 유리창 넘어 감상하다가, 해지면 야자수 밑 해먹에 누워 별을 세니 시간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이튿날엔 워터빌라로 이동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수평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개인 데크에서 바로 바다로 풍덩 뛰어들 수 있어 “물 위에서 살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군요. 시설 상태나 청결도는 두 타입 모두 초고속 인터넷, 수압, 냉방까지 흠 잡을 데 없었습니다. 방음은 구조상 완벽하진 않지만, 운 좋게 옆방 손님들이 조용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어요.

4. 식사

메인 다이닝 The Restaurant은 Fire·Earth·Ocean 세 개 파트로 나뉘는데 처음엔 우리도 헷갈렸습니다. 저녁마다 지정 파트에 들어가 다른 메뉴를 맛보는 방식이라, 두 번 방문만으로도 별미 투어 느낌이었어요. Fire 섹션에서 먹은 그릴드 스테이크는 겉은 불향, 속은 부드러움이 완벽한 밸런스였고, Ocean 섹션의 랍스터·파인애플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아침 뷔페는 땅콩잼부터 코코넛잼, 직접 구운 빵까지 선택 폭이 넓어 둘이서 매끼 과식 모드.

해변가에 위치한 Mar-Umi도 한 번 들렀습니다. 라임이 톡 쏘는 세비체 한입에 바로 땀 식는 느낌이라 더위를 식히기 딱 좋았어요. 하루쯤은 풀사이드 바에서 아이스 모히토를 손에 들고 수영하다 낮잠 자는 ‘호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The Restaurant 의 Fire·Earth·Ocean 콘셉트는 리조트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mfarkudavillingili.com

5. 스파 & 빈 시간의 가치

허니문 특전으로 포함된 커플 스파는 코코넛 오일 향이 가득한 두 시간짜리 힐링 세션이었습니다. 마사지가 끝나고 나니 몸이 솜사탕처럼 가벼워져서, 바로 워터빌라 데크로 가 노을을 바라보며 멍 때렸죠.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사진 촬영 서비스도 있었지만, “우리가 즐기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과감히 패스했습니다. 덕분에 일정에 쫓기지 않고 완전히 휴식 모드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6. 서비스

담당 버틀러는 처음엔 말수가 적어 조금 무심해 보였지만, 요청한 사항(객실 전환, 스파 예약, 다이닝 시간 변경)만큼은 신속하게 처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다스러운 응대보다 이런 ‘바로 해결’ 스타일이 오히려 편했어요. 통로를 지날 때마다 반가운 눈인사로 맞아 주던 직원들의 소소한 호의도 여행 내내 기분을 높여 줬습니다.

7. 총정리 & 다음 여행 다짐

허니문이라는 이름값 덕분에 비용은 꽤 들었지만 “후회? 전혀.”라는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맑고 안정적인 2월 몰디브 날씨, 그리고 비치빌라-워터빌라 투숙을 한 번에 경험한 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추억이 됐습니다. 언젠가 다시 몰디브를 찾게 된다면, 예산을 조금 줄여 다른 섬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쿠다빌링길리의 그 수평선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벌써 꿈틀대네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예비 허니무너 여러분께 한 가지 팁만 남긴다면, “시간표를 비워 둘 용기”를 챙기라는 것. 스케줄 틈이 텅 비어 있을 때 비로소 파도 소리, 야자수 그림자, 그리고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찾아오니까요. 이 글이 여행 설렘에 작은 불씨가 되길 바라며, 즐거운 허니문 되세요!